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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현장이 척박할지언정 그곳이 아름다웠노라 즐거웠노라 말하고 싶습니다.


  박시현(2003-04-15 00:17:15, Hit : 3295, Vote : 968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가족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게시판에 올릴 글을 쓸때면 버릇처럼 동네 cafe를 찾습니다. cafe 이름은 '허브'입니다. 이름에 어울리게 실내엔 각종 허브와 식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허브향처럼 은은한 미소의 사장님께서 잊지 않으시고 저를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cafe에 오늘 올리는 글만큼이나 오랜만에 들렀더니 글쌔 주인이 바뀌었군요. 그 분도 아름다운 세상의 주인공이셨는데... 언제 시간이 나면 소개해 드리죠.

아름다운 세상의 아름다운 가족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어렴풋이 기억나기로 가족(백과사전 용어해설)은 우리 사는 세상 우리 사는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단위라고 배웠습니다. 얼마전 택시기사 아저씨의 '확대가족(주1'도 생각납니다.

여느 때처럼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살고 계신 집에 상담을 갔습니다. 안부차 들렀는데 재미난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해 주시는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2년전 정말 우연찮은 기회에 손녀 한 명이 생겼다며 손녀 자랑에 시간 가는줄 모르십니다.

아마도 말씀을 듣고 이래저래 추정해보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홈페이지)가 시행된 원년인 2000년의 일인 것 같습니다. 세대조사를 한다며 들른 대학실습생인 한 여학생이 오늘 저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댁을 방문했더랍니다. 워낙 말쏨씨가 좋으시고 유머가 있으신 할아버지라 여학생을 그냥 보내지 않고 저처럼 붙잡아(?) 두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나 봅니다. 그러다, 그 여학생이 동향(同鄕-영주) 인걸 아시고는 기뻐하다 못해 '니 내 딸 해라!' 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하셨답니다. 그런데 이 여학생이 선뜻 '그러죠' 하더랍니다.

그 날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80이 넘어 가진 딸이 한 명 생겼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여학생에게서 전화가 와 '할아버지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딸은 좀 그렇고 손녀가 되라 하시는데 어쩔까요?' 묻더랍니다. 그래서, 80이 넘어 봤던 딸은 그 날로 다시 손녀가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아들 하나 딸 둘이 있었는데, 아들이 몇 해전에 돌아가셨답니다. 그래서, 며느리와 두 손자만 있던차 손녀가 생겨 오히려 더 기뻤다 하십니다.

이 소식을 들은 며느리가 '아버님께 손녀면 제게는 딸인데, 아들만 있는 제가 딸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더랍니다. '그럼 그렇게 해라' 시원한 할아버지의 한 말씀에... 정말 우연한 기회에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진짜 손녀가 생겼고, 그 여학생은 할아버지 할머니 뿐만아니라 가족들의 한 가운데에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1년이 흐르고 어느 날, 할아버지 댁으로 배 2상자가 배달되었습니다. 손녀가 된 그 여학생의 고향 부모님께서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배 2상자였습니다. 그 자랑을 제게 30분이 넘게 하신 겁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안부전화가 온다며 즐거워하십니다.

이제 여학생이 졸업을 하여 서울로 직장을 얻어 가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졸업식장에는 가시지 못하고 꽃다발이라도 사 주라며 졸업식장에 가는 며느리에게 2만원을 쥐어 주었답니다. 그런데, 다녀온 며느리가 되려 5만원을 할아버지께 내미는게 아니겠습니까? 이유인즉, 여학생의 고향 부모님께서 할아버지 할머니 용돈 하시라며 전해주신 것이었습니다.

직장 때문에 급히 상경하느라 들르지 못해 애썩했는데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할아버지 할머니께 들르기로 했답니다. 이번 주말엔 할머니께서 손수 칼국수를 빚어 손녀를 맞을거랍니다.

성서복지관 재가복지팀에 근무하는 저는 2003년 사업의 하나로 '가족사랑 실천활동'을 계획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엔 6·25전쟁 중 피난으로, 이혼으로, 사별로 자식·친척(가족) 없이 홀로 살아가시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딸이 한 명 있는데 그 딸도 60세가 훌쩍 넘어버려 가족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반면,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거나 부모님께 효도하는 심정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싶어하는 지역내 가정이나 자원봉사들이 계십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과 가족사랑을 실천할 가족을 결연하는 사업이 바로 '가족사랑 실천활동' 사업입니다.

지난 3월에 한 가정이 결연되었습니다.

2번째 방문 때 자원봉사자 아주머니께서 할머니를 위해 된장국을 끓여 오셨습니다. 평소에 가족들과 먹던 된장국인데 조금 더 끓여 할머니께 대접해 드린 것입니다. 80세가 훨씬 넘으신 할머니,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명절조차 홀로 지내시는 할머니께 된장국 한 그릇은 우리가 식당에서 사 먹을수 있는 3,000원짜리 된장국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내 80 평생에 누가 이렇게 국 끓여 준 건 처음이다" 하시며 눈물 흘리시는 할머니 모습에 되려 자원봉사 나가셨던 아주머니께서 어쩔 줄 몰라 부둥켜 안고 한참을 같이 우시다 오셨다는데, 이야기를 듣는 저도 하마터면 눈물 떨굴뻔 했습니다.

아! 세상은 아직 여전히 아름다운가 봅니다.

아름다운 세상의 아름다운 가족을 이제 한 가정 한 가정 늘여가고 그분들과 웃고 울며 살고 싶습니다. 7월에는 할머니 생신이 있는데, 그때 봉사자 아주머니와 함께 생신상을 준비하고 이웃들을 초대해 생신잔치를 할 계획입니다.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의 아름다운 가족이 되시길 바라며...

2003년 4월 12일 from. refree..............


주1) 확대가족
택시를 타고 가던중 오늘날 우리 한국의 젊은이들이 절약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걸으면 채 5분 10분도 되지않는 거리를 택시타고 가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가 한탄하셨습니다. 지금의 50대 60대 어르신들이 걸어왔던 젊은 날들의 파란만장 한 삶들에 비하면 너무나 살기좋은 세상임에도 단지 그 혜택을 누릴 줄 만 알았지 자신의 후손들에 대한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당부하시길 '내가 자식 낳고 죽어라 뒷바라지하는 이유가 뭐냐? 자식 잘 되라고 잘 살라고 하는 것인데... 그렇게 따지자면 우리가 젊은 시절 고생하며 이렇게 경제를 성장시킨 이유가 뭐냐? 모두 후손 잘되라고 넓게 보면 저기 걸어가는 저 젊은이가 곧 내 아들인데 다 저들이 잘 되라고 잘 살라고 고생하며 절약하며 생활했는데,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자식들 후손들을 위할 줄 모른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택시기사 아저씨도 아시는 확대가족의 의미... 그리고, 그 사랑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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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가족 : 네이버 백과사전 용어해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홈페이지
확대가족 : 2003년 4월 4일 택시기사 아저씨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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