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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현장이 척박할지언정 그곳이 아름다웠노라 즐거웠노라 말하고 싶습니다.


  박시현(2004-08-23 21:51:38, Hit : 3055, Vote : 1009
 거지는 구걸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는다

[원문보기] refree7.com 어느 사회복지사의 일기 2004. 8. 23


거지는 구걸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습니다.

오로지 오늘은 어디가서 한끼를 얻을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아마 제가 거지라면 그러할 것 같습니다. 물론 거지왕 김춘삼은 좀 달랐다고 합니다만.


취업한 지 만3년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처음 월급봉투를 받던 날 그 액수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얼마가 되는지 중요하지 않았기에 받는 즉시 열지도 않고 찢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나의 경제생활 리듬은 월급봉투를 따르게 되었습니다.
자연히 월급봉투에 차츰차츰 의지해 가고, 만3년째 접어드는 지금 월급날을 기다리는 초라한 거지가 되었습니다.


복지관이 영구임대 아파트에 존재한지 내년이면 10년입니다.
처음 복지관이 아파트 단지안에 생겼을 때 무엇을 하는 곳인지 사람들은 궁금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복지관이 이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을 것입니다. 혹자는 동사무소쯤으로, 혹자는 보건소쯤으로, 혹자는 문화센터로, 혹자는...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단지내에 복지관의 존재조차 모르는 주민이 있지만 그들을 제쳐두고서라도) 다수의 사람들은 복지관을 무료급식소로 동사무소와 보건소의 혼합건물로 문화센터로 1년에 한두번 주민축제를 하는 곳으로 알고 지내며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지내 주민들의 다수는 복지관으로부터 무엇인가 공급받기를 원합니다. 지나친 일반화라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늘 '나는 왜 뭐 안주노?'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주민들은 무엇입니까?
또, 그것이 돈(후원금)이나 물건(후원물품, 빵, 음식...) 이기를 바랍니다.
이제 복지관의 10년 역사는 이렇게 주민들을 거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주민들에게 희망을 심겨주기보다는 구걸하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주민들을 거지라고 명명하여 비하시키기 보다는, 앞서 언급한데로 구걸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도록 하였습니다.


복지관은 정부의 80% 이상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지원되는 보조금은 직원들의 인건비와 건물 관리비를 겨우 지탱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국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비를 직접 마련해야 합니다. 후원사업을 하거나 거져 가만히 있어도 찾아오는 후원자가 있지 않느냐고 반박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후원사업 후원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1명의 인생을 누가 쉽게 바꿀 수 있으랴. 절망의 나락에 선 한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 어찌 쉬우랴. 희망이 없다고 몰려드는 곳에서 희망을 일구어 나가기도 힘든 판에 어찌 후원사업이니 후원금 접수니 하고 거지 마냥 구걸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고 있으랴.
어찌하면 재정규모를 탄탄히 할까? 이것은 복지관의 핵심업무를 빗겨간 것입니다. 굳이 해야하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면 해야 합니다.그러나, 늘 그것에 연연한다면 늘 그것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다면 언제 사업을 하겠습니까?
정부는 복지를 한답시고 거지 행세를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복지관의 자립을 위해서 구걸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게 하고 만 것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듣고 배운 지식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거지입니다.
일찌기 도산 안창호 선생은 '한번 졸업한 후에는 다시 더 학리를 연구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한탄하였습니다. 그러한 학생들은 '차라리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부모를 위하여 소 풀 먹이고 꼴 베는 것만 못하다' 하였습니다.
또, '언제든지 다 배워 가지고, 다 벌어 가지고 나아가서 일한다(독립운동)고 하면 그것또한 크게 잘못이다'라고 했습니다. '배우는 자나 벌이하는 자나 다 대한을 위하여 기회 올 때까지 한다고 결심하고 나아가면 그만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3년이고 5년이고 10년이고 일하는 것은 소 풀 먹이고 꼴 베는 것 만 못하다 하였고, 다 배우고 다 벌어서 무엇을 한다는 것도 큰 잘못이라 했습니다.
나는 어떠합니까? 소 풀 먹이고 꼴 베는 것만 못한채 살아갑니다. 이 어찌 거지가 아니겠습니까?


어찌 해야 할까요?

결심해야지요.


월급봉투나 바라보고 살지 않겠노라고 결심해야지요.
동네 사람들 거지로 만들지 않겠노라고 결심해야지요.
복지관이 마땅히 해야할 일, 복지관에서 굳이! 꼭! 그 일을 해야할 이유를 찾아야지요.
끊임없이 배우고 정진하겠노라고 결심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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