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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현장이 척박할지언정 그곳이 아름다웠노라 즐거웠노라 말하고 싶습니다.


  박시현(2004-11-02 23:21:14, Hit : 3168, Vote : 933
 꽃을 꺽어 꽃병에 두는 일은 그만하자!

그렇게 벼르던 학습여행(사회복지정보원 2004년 10월 학습여행)을 다녀왔다.


◐ 철암가는 길 ◑

춥다디 춥다는 강원도 태백의 철암, 폐광촌.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 모두 떠나버린 그곳에서 사회복지 하겠다고 20대 청춘에 부모형제 버리고 철암으로 간 후배, 후배임에도 늘 존경스러운 후배, 동찬이를 만난다는 기쁨.

학습여행. '학습' 이라는 글자보다는 '여행'이라는 단어에 더 눈이가는 학습여행, 그곳에는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함께 배움이 주는 즐거움이 늘 기대보다 더한다. 그런 학습여행, 벼르고 벼르던 학습여행을 가는 기쁨.

서울을 거쳐 철암까지, 저녁 6시에 기차에 올라 새벽 5시에 철암에 도착했으나 전혀 피곤치 아니하였던 철암가는 길.


◐ 거친 음식, 거친 잠자리 ◑

거친 음식, 거친 잠자리. 거친 잠자리와 거친 음식이 제공될 것이라 하였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이곳까지 달려온 이에게 거친 음식과 거친 잠자리는 신경쓸 거리가 못 되었다.

거친 음식과 거친 잠자리 일지언정, 누군가는 그것을 위하여 땀 흘려 수고하였을 것이고, 하나님은 그것을 위해 이 땅을 창조하셨고 지금도 일구고 계신다.

아침 찬으로 김치, 김, 된장국이 나왔다. 식사 송(song)이 이어지고, 후다닥 한 그릇을 비웠다. 거짓말 같지만 꿀 맛이다.


◐ 할머니가 선택한 세련된 도배지 ◑

나의 할일은 여든이 넘으신 인정많은 경상도 할머니 두 분이 살고지내는 초라한 집의 부엌 겸 세면장 겸 마루 겸 연탄저장고로 쓰이는 작은 공간의 도배였다.

남자 셋, 여자 셋. 어느 시트콤의 제목처럼 그렇게 우리는 도배를 하러 갔다.

동찬이의 생각이 그렇고, 한덕연선생님의 말씀이 그렇고, 우리도 동감하기를 어디까지나 우리는 도배를 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도배지를 결정하고 어떻게 도배를 할 것인가는 집 주인인 할머니의 몫이다.

당연한 것이다. 세상사는 것이 당연한데로만 상식적으로만 살아진다면야 얼마나 좋으련만 때로는 그렇지 않기에 싸우고 슬퍼하고 낙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당연한 일을 했다. 할머니께서 지업사에 직접 들러 (우리와 이야기 나누지 않고) 지업사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황토색 예쁜 도배지를 선택하셨다. 한덕연선생님께서 "세련된 도배지를 고르셨네요" 하시자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할머니.

도배하는 내내 우리가 놀라워 했던 것은 정말이지 할머니는 너무나도 멋진 도배지를 고르셨다는 것이다. 천장 합판과의 조화, 문기둥과의 조화, 도배를 마치고나자 그 누추하던 공간이 마치 황토방처럼 새단장 된 느낌, 절로 감탄사가 툭! 툭! 나왔을 정도다.


◐ 내일 죽어도 새단장 한 집에서 살면 좋지 ◑

한참이나 계속된 큰 할머니의 굳은 인상이며 무뚝뚝한 경상도 말투는 아무래도 우리의 모양새나 도배실력이 못 마땅한 눈치셨다. 그러다, 절반 쯤 도배를 마치자 큰 할머니께서 슬그머니 냉장고 문을 여시더니 "이거 먹고 해" 하시며 요쿠르트를 건네셨다.

도배가 마칠 때 쯤 놀러오신 마을 아주머니에게 드디어... "학생들이 참으로 도배를 잘 해" 하시며 자랑하신다.

용기를 내어 여쭈어 본다. "할머니 도배하니까 좋으시죠?". "그럼, 좋지. 내일 죽어도 이래(이렇게) 새단장 해 놓은 집에 살면 얼마나 좋아"


◐ 배우는 즐거움, 일하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

오전 9시 기상. 아침식사를 마치고 도보로 이동하여 연탄공장을 견학 한 후, 도배지를 골라 할머니 댁에 도착하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도배 시작하려는데 점심 먹고 하라며 한사코 말리시는 할머니의 만류에 따라 점심먹고 나니 해가 중천에 걸렸다. 도배하고 나니 오후 5시다.

조금은 지친 육신을 이끌어 철암복지회관에 도착하니, 우와~ 오늘 담근 김장김치에 파김치까지, 여기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돼지고기 수육. 광산지역사회연구소 원기준 소장님께서 고기가 많으니 마음껏 먹으라 하신다. 식사 송이 이어지고, 정말 마음 껏 먹었다.


◐ 꽃을 꺽어 꽃병에 두는 일은 그만하자 ◑

저녁식사 후에는 광산지역사회연구소 원기준소장님의 특강이 있었다.

1991년 광산지역사회연구소를 설립하고서 본격적인 탄광촌의 사회문제를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해 오셨던 생생한 이야기가 나의 눈과 귀는 물론 오감을 어디에도 두지 못하게 하였다.

탄광촌의 사회문제를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각종 토론회 참석 발표, 언론보도, 지역사회 운동 전개 등 거대담론(소장님의 표현)을 말씀해 오시던 어느 날, 철암에 살고 지내는 이웃을 바라보며 드셨던 소중한 생각을 말씀해 주셨다.

'당장 보기에 좋다고 꽃을 꺽어 꽃병에 두는 일은 그만 하자. 꽃병에 꽂힌 꽃은 아름다움도 있고 향기도 나고 할지는 모르나 내일이고 그 다음날이고 며칠 후면 시들해지고 마는 것. 혹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꽃을 꺽어 꽃병에 두는 일은 아니었나? '

그래서, 그 동안의 일을 정리하시고 지금 살고 계시는 돌구지 하우스로 이사 오셨단다.

'이제는 씨앗을 뿌려야지. 10년이고 20년이고 먼 미래를 바라보고 긴 호흡으로 그렇게 씨앗을 뿌리자'

그 순간 꼼짝 할 수가 없었다. 가슴 깊숙히 뜨거운 무엇인가가 훅! 하고 몸 밖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다.

'꽃을 꺽어 꽃병에 두는 일은 그만하자!'


◐ 내일 철암이 없어져도, 오늘 한 알의 씨앗을 뿌리자 ◑

철암은 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고 한다. 탄광의 광부들은 당시 그 누구보다도 풍요로움을 누렸다 한다. 돌구지 하우스에 적힌 기사를 보니 당시의 광부들 중에는 아내를 둘 씩이나 두었던 사람도 있었고, 철암의 광부는 신랑감으로도 최고였다고 한다.

그랬던 철암, 그로부터 지금까지 20여년간 줄 곧 침체되기만 하여 지금은 그때의 부와 영화는 어디가고, 너나 없이 못 살겠다고 떠나버려 '폐광촌'의 이미지 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더 큰 일이 있다. 개천확장공사와 도로확장공사로 이제는 철암동네가 없어질 지경이다. 2002년 그리고, 2003년의 수해복구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철암을 가로지르는 개천을 확장한다고 주변 가옥들을 철거한단다. 도로확장공사를 한답시고 확장될 4차선 지역내 가옥들을 모두 철거한단다. 그러고 나면? 철암의 흔적은 언뜻봐서 뒷산의 저탄장 뿐인 거 같다.

철암을 떠난 사람, 철암을 떠날려는 사람들은 차라리 철거에 따른 보상금을 택하려 한단다.

씨 뿌리려고 들어 온 철암에 씨 뿌릴 땅이 없어지고 사람이 없어진다. 어디다 씨를 뿌려야 하나? 나라면 어떠할까?

원기준소장님께서 말씀 하셨다.

"고민이 많이 됩니다. 다만, 내일 철암이 없어진다해도 오늘 한 알의 씨앗을 뿌려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이곳에다 내 뼈를 묻어야 겠다'는 분이 계신다며 동찬이가 소개해 주었던 분이 아마도 원기준소장님 이신가 보다.


◐ 일상으로... ◑

좋은 사람 만나러 먼 길 갔었다.
좋은 사람 많이 만났고, 일생을 두고 기억에 남을 2004년 10월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남겼다.

힘을 얻고 싶어 먼 길 갔었다.
안일하고 나태했던 삶을 돌아보며 고개숙였고 눈물 훔쳤다. 더 열심히 살아오지 못한 죄책감에 미안했다. 나에게 미안했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허나, 용기를 얻고 힘을 얻었다. 하늘을 훨~훨 날아갈 만치의 힘을 얻었고 용기를 얻었다.


다시 한번 날아보자. 갈매기 조나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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