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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ing 식구들이 안부를 전하며 지지와 격려와 도전을 얻는 전용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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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in전주] '용감한 여성들' 자원활동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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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6 14:36:02, Hit : 29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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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18:00 사회복지 전공수업을 같이 듣는 해진과 영하를 구정문에서 만남
18:25 용감한 여성들 (전북 성매매 여성 현장상담센터) 도착
18:30-19:00 새로온 사람들 OT
19:00-20:00 전체정기교육, 조별 역할분담과 임무숙지
20:00-20:20 센터 근처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에 나가서 활동
20:30-21:00 조별활동평가
21:00-21:40 전체활동평가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것과 싫은 것이 있게 마련이고,
뻔히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고 애써 외면해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에게 성매매 여성들이 그러했다.
그들이 내 삶에 들어올 여지는
애초에 내가 성매매 여성을 찾아갈 일이 없을만큼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다.
성매매업소(유리문 안 빨간 조명아래 야한 옷을 입은 여성들이 있는 그 곳)가
밀집한 전주시청 뒤를 조별로 구역을 나누어 돌았다.
센터에서 제작한 소식지와 감기약과 사탕,
그리고 '언니'(센터에서 성매매여성을 부르는 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투명 복돼지저금통과 연고를 가지고서...
나의 역할은 물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가서 주상담원과 보조상담원이 안부를 물으며
짧은 대화를 하는 사이에 '언니'들에게 감기약과 사탕을 나누어주는 일이었다.
물론 처음 교육을 받는 내내,
난생 처음 성매매업소지역에 발을 들여 놓은 시간 내내 두려움에 떨었다.
두려움의 근간은 업주들에 대한 '분명한' 공포와 언니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물론 센터의 선생님들은 그런 두려움은 거의 실제 상황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빨간조명 아래 짙은 화장에 생각보다 더 야한 옷을 입은 언니들을 보며
처음에는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할지 몰라 막막했다.
센터의 선생님들은 웃는 얼굴로 언니들의 눈을 맞추라고 했는데 잘 될리가 만무했다.
같이간 선생님의 뒤통수를 보다가,
언니들의 눈을 얼핏 보다가,
바닥을 보다가,
내가 가져간 상자를 보다가...
난생 처음 보는 광경, 그 생경함, 어쩜 내 인생에는 결코 없었을 장면.
처음 두 집을 그렇게 언 체로 지났다.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
세번째부터는 함께간 나머지 세명의 조원들을 통해 힘을 얻었는지
아니면 출발전 센터의 어떤 선생님의 말씀처럼
'내 친구, 내 가족, 내가 아는 사람처럼 생각'해보려는 마음 때문인지
"감기약이에요." / "사탕도 드세요"라며 직접 물품을 건냈다.
주상담원 선생님은 업주가 없는 집에서는 언니들에게
이번에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기도 하고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몇집 지나니 조금 자신이 붙었고 그때부터는 언니들과 눈도 제법 맞추었다.
하지만 그게 더 걱정되었다. 내 눈빛에 연민이 자꾸만 들어가는 것 같아서...
2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난 '그 곳'에 있었다.
그리고 '언니'들을 만났다.
언니들을 처음 봤을때 온몸에 거부감이 일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것이 '언니들'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향한 (사회적 낙인이라는 이름으로 내장된) 나의 금기와 터부 때문이었다.
그래 난 그들을 도저히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계속된 생각은 나자신을 향한 반성으로 옮아갔다.
내가 직접 언니들을 상대로 성을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역시 여러 매체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성을 향유하는 '남성'인 것이다.
그것을 '남성 일반'이라는 거대한 그림자로 애써 희석시킬 수도 없었다.
내 앞에 뻔히 살아있는 현실 앞에 그런 변명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내가 미웠다.
나와 같은 한 사람의 남성이 모여 '남성 일반'을 이루게 되고
우리의 욕망과 폭력성이 만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앞에 무슨 말을 하랴. 무슨 변명을 하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전체활동평가시간에 이런 나의 느낌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앞으로의 각오를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직까지는 충격을 받고, 그 충격 속에 나를 바라본 것까지가 다일 뿐이다.
현실은 현실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잘못된 현실의 변화는 그것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한다.
우리와 다른 이상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아닌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연한 현실로...
내 누이, 내 친구의 일로...
아직까지 마음이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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